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이유 대지 말고 그냥 보자 슬램덩크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

by 토부부타 2022. 12. 22.
반응형

■ 일본인 감상평

◎ 만화만이 가진 특유의 멋을 해치지 않고 전면에 CG를 구사하면서 이상적인 애니메이션을 완성해냈다.

◎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퀄리티 높은 영상 표현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예감케 하는 작품.

◎ 큰 소리로, 큰 스크린으로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 완전 통쾌하고 또 애틋하고 또 아름다워서 눈물을 흘리며 엔딩 크레딧을 봄.

◎ 슬램덩크에 대해 1도 몰랐지만 일단 '개쩐다'고 생각했다.

◎ 딱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대만족이라는 것.


일단 나는 지금 일본에 살고 있고 슬램덩크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가 개봉하자마자 보고 왔다. 거두절미하고 대박이다. 한국에 개봉하면 그 어떤 이유도 대지 말고 무조건 극장에 가서 봐라. 갈 때 손수건 준비해라. 나 부끄럽지만 이거 보면서 3번이나 울었다. 울컥울컥하는 씬들이 너무 많다. 이 나이 먹고 만화 영화를 보고 울다니 나 아직 순수하다.

 

 

덧붙여 간략히 나에 대해 설명하자면, 나는 80년대생 남자로 내 유년기의 추억 상자 안에는 <슬램덩크>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만화 잡지 <챔프>에 연재되던 <슬램덩크>를 매주 챙겨 봤고 단행본이 나올 때마다 용돈을 모아 서점에 가서 구입하던 슬램덩크 마니아였다. 그 시절 TV에서는 애니메이션판 <슬램덩크>가 방영됐었고 박상민 아저씨가 부른 주제가가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크레이지 포 유' 할 만큼 꽤 유행했었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완전 고퀄리티의 대박 작품

어쨌든 이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무슨 중국 자본이 들어가서 원작자가 그동안 후속작을 만들지 않다가 큰돈이 들어오니까 급하게 대충 만들어 냈다는 식으로 지인이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원래 원작자가 만들 생각이 딱히 없었는데 중국 자본이 돈 벌려고 큰돈을 대주니까 그때서야 '후다닥' 만들어 냈다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난 그 지인의 입을 봉인하고 싶다. '후다닥'은 무슨 이렇게 완벽한 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이 또 어디 있을까.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개봉하기 전까지 많은 것들이 비공개되어 있었다. 애니메이션판의 기존 성우들이 아닌 새로운 성우들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어떤 스토리인지는 잘 몰랐다. 새로운 이야기인가 아니면 만화 내용의 재탕인가 전혀 몰랐다. 그렇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아마 작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원래 강자는 말이 필요 없다. 실력으로 보여 주면 그만이다.

 

 

주인공은 No.1 가드 송태섭, 그리고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먼저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인공은 송태섭(미야기 료타)이다. 송태섭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는 시작된다. 송태섭은 오키나와 출신으로 형이 한 명 있다. 오키나와에서 중학생 송태섭은 형과 매일같이 일대일 농구를 하며 농구 실력을 키운다. 아버지가 없는 가정이라 송태섭의 형이 어린 나이지만 집의 가장 같은 역할이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형을 잃고 송태섭은 형 대신 자신만 살아 있음에 이유 없는 죄책감을 느낀다. '형이 아니라 내가 살아 있어서 죄송해요 엄마.'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내용이라 스포일러는 아니지 않을까...)

 

송태섭의 형은 학교 농구부의 캡틴이었는데 송태섭은 형만큼 농구를 하지 못해 주위로부터 형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게 바로 송태섭의 어둠이다. 아버지가 죽고 형이 죽고 혼자 남았다. 자신이 형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엄마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그런 그에게 남은 건, 바스켓볼. 형의 유지(志), 형이 이루지 못하고 그에게 남긴 뜻은 일본 최고가 되는 것. 그렇게 송태섭은 오키나와를 떠나 북산(쇼호쿠)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영화는 현재와 송태섭의 과거를 오가며 원작 이후의 송태섭의 미래까지 나아간다. 송태섭이 메인 캐릭터라 원작과 다르게 강백호(사쿠라기 하나미치)와 서태웅(루카와 카에데)의 비중은 적다. 특히 서태웅의 비중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적다. 그게 좀 서태웅의 팬들이라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대만(미츠이 히사시)은 송태섭과 연이 좀 있어 꽤 나온다. 난 사실 불꽃남자 정대만의 팬이다.

 

 

북산 VS ○, 이걸 안 보고 배길 수 있나

일본에선 이미 이 작품이 개봉이 돼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국엔 아직 미개봉 상태라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과연 무슨 시합을, 어디랑 하느냐인데,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그 팀이 맞다! 이번 작품은 무려 '산왕전'이다! 송태섭의 시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영화는 나아가는데 그 현재가 바로 '산왕전'이다. 북산 VS 산왕! 이미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이 시합의 결과는 다 알고 있을 테다. 나도 다 알고 봤다. 근데도 이건 미쳤다. 산왕전은 바로 만화책을 통해서만 보았을 뿐 영상으로 본 적은 없었다. 그 산왕전을 이런 고퀄리티의 애니메이션으로 즐길 수 있다니!

 

농구공이 코트에 통통 튀는 소리와 농구화가 코트에 찍찍 끌리는 소리. 이건 그냥 ASMR 수준이다. 캐릭터들의 움직임도 위화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일본에서는 기존의 애니메이션판 <슬램덩크>와 성우진이 달라서 올드팬들에게 항의가 조금 있었던 모양인데, 한국팬들에게 이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터다. 그리고 강백호가 채소연에게 고백하는 장면 등 추억의 몇몇 장면들이 애니메이션판의 올드한 작화가 아닌 현시점에서의 작화로 나오는데, 그걸 보면 그저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

 

산왕전의 명장면은 슬램덩크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텐데 그 한 장면을 보기 위해서라도 극장에 가서 꼭 봐라. 영화를 다 보고 나올 때는 벅찬 가슴을 장착한 채 나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 후에 짧은 영상이 더 있으니 꼭 끝까지 벅찬 가슴을 안고 기다리길.

 

참고로 일본에서 극장에 이 작품을 보러 가면 입구에서 이런 걸 나눠준다.

 

QR코드를 찍으면 AR로 슬램덩크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데 별거 없지만 그냥 소소한 재미.

 

그리고 슬램덩크 굿즈를 팔고 있는데, 다 거의 나오자마자 품절이다. 나도 '쇼호쿠'라는 글자가 새겨진 모자를 하나 살까 했는데 바로 품절이라 못 샀다. 원가가 5만원 정도 하는데 중고 사이트에서 벌써 두 배로 거래되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영화
평점
9.6 (2023.01.04 개봉)
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출연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