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인 반응
◎ 웃다가 울고 웃다가 울고 매우 멋진 영화
◎ 충분히 울 만한 스토리인데 후쿠다 유이치가 감독이라 울지 않았다
◎ 나가사와 마사미는 너무 귀엽다. 근데 야마다 타카유키가 그 상대역으로 어울려?
◎ 좋았지만, 원작이 훨씬 더 좋다!
◎ 원작에 비해 후쿠다 유이치 감독의 색깔이 너무 강하다
연말연시라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본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50回目のファーストキス). 나가사와 마사미와 야마다 타카유키 주연이다. 처음엔 몰랐는데 블로그 글을 쓰려고 찾아보니 원작이 있는 작품이더라. 원작도 제목이 같고 2004년에 나온 작품이다. 이건 드류 베리모어하고 아담 샌들러가 주연이다. 원작이 꽤 명작인 모양이다. 그러니까 리메이크도 하겠지. 원작도 조만간 봐야겠다. 다행히 넷플릭스에 다 있다.
근데 이 일본판 <첫 키스만 50번째>는 감독이 '후쿠다 유이치'라는 감독인데 이 감독 골때리는 감독이다. 어쩐지 이 작품에 어디서 많이 보던 배우들이 모여 있길래 설마 했는데 그랬다. 후쿠다 유이치는 <용사 요시히코>를 비롯한 <은혼> 등 다수의 코미디 영화를 만든 감독이었다. 여기에도 야마다 타카유키를 비롯해 <용사 요시히코>의 마법사였던 무로 츠요시와 부처님 사토 지로가 나온다. 이들의 개그가 이 영화에서 작열하는데 그게 작품으로의 감정 이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바로 후쿠다 유이치의 영화일 것이다.
후쿠다 유이치의 로맨틱 코미디
사실 나는 그의 시도 때도 없는 개그가 퍽 마음에 든다. <용사 요시히코>도 꽤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도 뜬금없이 개그가 훅훅 들어오기도 하지만 괜찮았다. 하지만 원작을 본 팬들 입장에서 후쿠다 유이치의 이런 개그 남발이 마음에 들진 않을 테다. 그냥 원작과 다른 작품이라 생각하고 보면 되겠다.
이 영화는 사고로 오직 하루만 기억할 수 있게 된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는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매일매일 사랑을 고백한다. 왜냐하면 여자는 매일매일 기억이 리셋되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몰라 보기 때문에 남자도 매일매일 그녀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매일매일 새로운 작업을 건다. 이게 꽤 영화에서 재미있는 소재다. 야마다 타카유키가 나가사와 마사미를 꼬시려고 하는 행동들이 퍽 귀엽다.
그녀에게 기억을 되살려주기 위해 남자는 DVD를 제작해 보여주는데 그 영상의 배경 음악이 야마자키 마사요시의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다. 묘하게 이 노래랑 이 영화속 상황이라 잘 맞아떨어져서 살짝 울 뻔했다. 내가 이 노래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야마다 타카유키가 너무 평범한 거 아니야?
일본 사람들의 감상평을 보면 그들도 느꼈던 건데 나도 좀 영화를 보는 내내 위화감이 들었던 게 있다. 나가사와 마사미랑 야마다 타카유키랑 너무 안 어울린다는 것. 보는 내내 뭔가 이상한데 뭔가 안 맞는데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야마다 타카유키의 평범한 역이 너무 낯설었기 때문일까. 야마다 타카유키의 그동안의 작품 속 역할을 보면 다 너무 '쎈' 캐릭터들 뿐이었다. 아니면 매우 다크하거나.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를 보다가 이 영화에서 그냥 평범한 역의 그를 보니까 매우 낯설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천사 같은 나가사와 마사미의 애인이라니 에이 이건 말도 안 돼. 좀 언발란스하다는 느낌이 줄곧 가시질 않았다.
영화적으로 봤을 때 스토리는 좋았지만 결말이 좀 진부했다. 남자가 여자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녀에게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장애가 있음을 알고도 그녀에게 매일 사랑을 표현하는 남자를 보고 좀 감동했다. 여자 역시 매일 기억을 잃어버리면서도 한 남자에게 매번 반한다. 이건 참 이것이 사랑이고 운명이구나! 근데 역시나 남자는 꿈을 이유로 그녀를 떠나야 하고 여자 역시 미안함에 그를 보내준다. 그렇게 둘은 헤어지지만 남자는 꿈을 위해 떠나려는 비행기 안에서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비행기에서 급하게 내려 그녀에게 달려간다. 여기부터는 그냥 뻔한 이야기.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원작을 안 봐서 모르겠지만 원작과 결말이 똑같은지 보고 확인해 봐야겠다.
결론
뼛속 깊이 코미디 감독이 만든 영화라서 일단 그냥 재미있다. 그 재미가 감정 이입에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냥 재미있다. 비행기 타고 오면서 혼자 킥킥 대며 봤다. 사랑하려는데 용기를 주는 영화. 너가 날 기억하지 못해도 난 널 매일 사랑한다고!
- 평점
- 6.8 (2020.03.26 개봉)
- 감독
- 후쿠다 유이치
- 출연
- 야마다 타카유키, 나가사와 마사미, 무로 츠요시, 카츠야, 나가노 타이가, 야마자키 히로나, 오오와다 신야, 사토 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