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인 반응
◎ 많은 것이 흔들리는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보편성을 띤 명작의 탄생!
◎ 3·11(동일본 대지진)이라는 현실과 마주하는 수작.
◎ 판타지와 리얼이 혼재된 이상한 느낌의 영화.
◎ <너의 이름은>은 보고 울었는데 이건 안 울었다.
◎ 영상과 음악은 좋았다. 하지만 스토리는 그닥.
신카의 마코토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すずめの戸締まり)이 개봉했다. 예고편이 뜨자마자 줄곧 기다렸는데 개봉하자마자 쉬는 날에 보고 왔다. 기대가 컸던 걸까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극장에서 내 옆에 옆에 앉았던 여성은 이걸 보면서 울던데, 난 왜 우는가 싶었다. 근데 이 작품에는 일본인들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포인트가 숨겨져 있다. 바로 '동일본 대지진'이 이 작품의 소재라는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트라우마를 건드리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트라우마나 안 좋은 경험이 있는 일본인들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의미로 좋을 수도 안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위로가 될 수도 있겠고 아니면 기만이 될 수도 있겠다. 위로가 된다는 건 이 작품 속 주인공이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이므로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고 기만이 될 수도 있다는 건 역사적인 그런 대재해, 대재앙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고의 원인을 작품 속에서는 매우 판타지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는데, 그 원인이 만약에 바닷속에 괴물이 사는데 그 괴물이 세월호를 침몰시켰다고 해보자. 이 소리를 듣고 피해 유가족들의 심정은 어떨까? 피가 거꾸로 솟지 않을까?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일본에서 일어나는 지진이 원인을 판타지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문을 제대로 안 닫아서라고 한다. 현실과 이세계가 있는데 그 이세계와 현실 사이에 문이 있는데 이 문이 열리면 현실 세계에 지진이 일어난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현실에 이 문을 지키는 문지기 인간이 존재한다.
이제 대놓고 판타지로 나아간 신카이 마코토
<스즈메의 문단속>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한 소녀와 이세계로 통하는 문을 지키는 문지기 남자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난 이 작품이 별로다. 내가 신카이 마코토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초속 5cm>였다. 매우 짧은 이 작품을 보고 영상미가 너무 좋아서 음악이 너무 좋아서 그에게 홀렸고 그의 전작을 모두 찾아봤다. 다 너무 좋았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영화 같은 그의 작품들. 애니메이션이지만 현실 같아서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을 좋아했다. <언어의 정원>도 그랬고 <너의 이름은.>은 판타지가 있긴 했지만 그게 현실 속 판타지라 아주 좋았다.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에서, 오로지 영화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너무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씨의 아이>부터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면서 느낀 건 이젠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완전히 가 버렸다. 그냥 대놓고 판타지 영화가 된 것이다. 물론 판타지 영화가 싫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신카이 마코토를 좋아한 이유는 판타지 때문이 아니었다. 영화 같은 애니메이션이어서 현실에서 진짜 있을 법한 이야기를 현실처럼 그려낸 그림이 너무 좋아서 좋아했다.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한 현실감이 가져다주는 묘한 감정이 신카이 마코토의 매력이었는데 이제 그의 작품에서는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현실과 비현실을 절묘하게 왔다 갔다 했던 <너의 이름은.> 정도의 판타지가 나는 좋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이제 현실 너머로 지브리의 세계로 떠났다. 동물이 말을 하고 사물이 말을 하고 괴물들이 나타나고. <날씨의 아이> 때부터 점점 지브리화 되어 가는 신카이 마코토.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각자의 판단.
이야기 전개도 사실 좀 엉성하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는 알겠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스즈메를 이끄는 말하는 고양이의 포지션도 애매하다. 대체 얘는 역할이 뭘까. 또 도중에 말하는 고양이가 또 등장하는데 대체 이것들의 포지션이 참 애매하다. 모험을 하며 하나둘 동료들이 늘어나고 최종 목적지에 다다른다. 이 전형적인 포맷. 봐 줄만은 하지만 새로움은 없었다. 뭔가 신카이 마코토의 과도기적인 작품이 아닐까 한다. 이게 그의 최종형이라면 아쉽다. 부디 이 작품을 발판으로 좀더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보여줬으면.
결론
<초속 5cm>나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의 팬이라면 실망할 것. 하지만 <날씨의 아이>를 재밌게 봤다면 만족할 것.
- 평점
- 7.5 (2023.03.08 개봉)
- 감독
- 신카이 마코토
- 출연
- 하라 나노카, 마츠무라 호쿠토, 후카츠 에리, 소메타니 쇼타, 이토 사이리, 하나세 코토네, 하나자와 카나, 카미키 류노스케, 마츠모토 코시로